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를 내려와 주변을 산책하고, 지인분과 헤어집니다.
일본에서 일루미네이션(イルミネーション)은 좁은 의미로 나무 따위에 조명을 걸어 야간에 풍경을 연출한 것을 가리킵니다. 지금 이렇게 다시 보아도 환상적인 장면입니다. 그렇지만 대개 가로수를 덮어 조명을 켜기 때문에, 식물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큽니다. 수백 개의 꼬마 전구가 내뿜는 열과 빛으로 인해 나무의 호르몬 주기가 방해를 받는다는 건 자명하지요. 저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미나토미라이의 들뜬 분위기를 뒤로 하고 돌아가긴 아쉬워 주변을 찾아보았습니다.
린코(臨港 りんこう, 임항: 항구에 가까이 있는) 공원이라는 곳이 있어 찾아가 보기로 합니다.
퍼시피코 요코하마(パシフィコ横浜, Pacifico Yokohama)는 미나토미라이에 있는 컨벤션 센터입니다. 킨텍스 같은 느낌이 되겠네요. 미나토미라이 개발 사업(1983)의 일부로 추진되어 1991년에 개장했고, 그 이후로도 몇 차례 증축을 했다고 합니다. 요코하마 국제평화회의장(横浜国際平和会議場)이라고도 불리는 것 같습니다. 이 퍼시피코 요코하마를 넘어가면 린코 공원인데, 넘어가는 길이 안내돼 있지 않아서 조금 헤맸습니다.
나침반 상의 방향만 믿고 어떻게든 가 보니 다행히 육교가 나옵니다.
이런 공원은 처음이었습니다. 넓찍한데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어두운 듯하다가도 조명이 나오고, 또 그렇다고 밝아서 안심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낮이었다면 한가롭게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일 것 같습니다.
바닷가로 나가자 사람이 조금씩 보입니다.
깊이 들어온 만안에는 파도보다 잔물결이라 불러야 할 줄무늬가 조용히 흘러와 사라집니다.
물가를 바라보며 계단 턱에 걸터 앉은 사람이 둘씩, 또 둘씩 보입니다.
메아리치듯 천천히 또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며, 조약돌처럼 바다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눈 한켠에 스쳐 보내며 천천히 해안을 따라 걷습니다.
천천히 걷고 나니 오후 10시가 다 되어갑니다. 미나토미라이 역까지의 불과 500-600 m도 멀게 느껴집니다.
요코하마에서의 마지막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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