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 시간인 오후 3시가 다가옵니다.
시원섭섭한 마음을 뒤로 하고, 고속도로를 달려 요코스카에서 다시 요코하마 시내로 돌아옵니다.
에네오스에서 주유를 합니다. 일본 렌터카는 기름 가득인 상태로 빌려서, 반납 전에 다시 가득 채워놓아야 합니다.
다행히 셀프가 아니라 유인 주유소입니다.
천장에서 내려온 주유건이 등나무 같고 신기했지만, 바짝 긴장해서 주변을 볼 여유가 거의 없었습니다.
시동을 끄는 것도 잊어, 직원 분이 말씀하신 후에야 부랴부랴 껐습니다.
차 안을 닦는 천을 건네주실 수 있다는 건 다행히 미리 알고 있어서 태연히 받아 대시보드를 훑었는데, 이것도 몰랐다면 많이 당황했겠지요. 난데없이 천을 건네니까요.
시내 길은 평소처럼 복잡하지만,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고, 렌터카 회사에서 건네준 '신신당부'에 가까운 안내도에 의존하고, 차를 빌리던 때의 희미한 기억에 의존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시내 도로 한가운데 푹 꺼지듯 나 있는 백화점 주차장 입구를 향한 각종 표지판과 도로 도색의 힘을 빌어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차를 반납하고 그간 달린 ETC카드 요금을 지불합니다. 6천엔 정도 나왔습니다.
요코하마 역 주변 백화점
여기의 타카시마야(高島屋)라는 백화점의 어느 가게에 마작패를 팔고 있다고 하여 백방을 다니며 찾았습니다.
전동탁자로도 유명한 AMOS의 BEGIN이라는 패 세트가 있었습니다. 26 mm에 12 g인데요. 이러면 가벼운 편이라고 합니다.
가벼운 건 손맛이 영 살지 않을 것 같아서, 차라리 다음에 일본 올 때 더 좋은 기회가 있길 바라며 패스합니다.
늦은 저녁의 약속까지 시간이 뜨기에 백화점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구경합니다. 귀찌도 사고요. 저녁도 먹습니다.
이때 규카츠를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이유가 생각이 안 나네요.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
요코하마 역에서 사쿠라기초 역까지 이동해,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에서 지인과 합류했습니다.
타워로 가는 길까지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가 죽 이어져 있습니다.
양방향으로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사방이 예뻐서 사진을 열심히 찍다가 주변 보행자 분들을 방해할까봐 발맞추어 걷고는 했습니다.
높이 296 m의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横浜ランドマークタワー)는 1993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일본 내 마천루 높이로는 제3위에 달할 정도로 높은 건물인데요, 특히 1등인 아자부다이 힐스 모리 JP 타워(325 m, 2023년 완공), 2등인 아베노하루카스(300 m, 2014년 완공)에 비하면 훨씬 오래된 편입니다.
공학적으로는 참 빼어난 성과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무겁습니다. 높은 곳에서 보는 경치는 좋아하지만, 마천루라는 건물의 근본에 대해 무의식적인 반감이 있는 듯합니다. 터무니없어 보일 정도로 높은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굵은 기둥처럼 거대하고 견고한 기초를 쌓고, 거기에 막대한 자원이 들어갑니다. 어리석을 정도로 불안하게 솟아오른 건물이 비바람과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각종 기술을 총집중합니다.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은 자원을 되돌릴 수 없는 형태로 바꾼 사람이 나오면, 우리는 그를 1등이라 칭송하며 순위를 넘겨줍니다.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요?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의 전망대는 스카이 가든(スカイガーデン)입니다.
여행 내내 차분하고 정적인, 자연에 가까운 장소만 들러서 그런지, 휘황찬란한 요코하마가 낯섭니다. 낯설지만, 싫지 않습니다. 땅을 빽빽히 메워 한 걸음이라도 더 발전시키려는 인간의 욕심을 비웃듯, 가장 낮은 곳에서 도시를 종횡무진 휘젓고 있는 강줄기와 바닷물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서로 먼저 가려고, 더 높은 곳으로 가려고 아우성치는 도시의 빛발도 묵묵한 바닷물에 녹아 천천히 흩어집니다.
스카이 가든에는 간단한 식음료를 팔고 있습니다. 맥주를 한 잔 하며 창문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폐장 안내 방송이 들려옵니다. 이 야경을 두고 가기가 아쉽습니다.
'여행 > 2023.12. 요코하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12. 요코하마 - 7. 5일차 - 야마시타 공원,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2) | 2024.12.25 |
---|---|
2023. 12. 요코하마 - 6. 4일차 - 미나토미라이, 린코 공원 (0) | 2024.12.25 |
2023. 12. 요코하마 - 3. 3일차 (0) | 2024.02.18 |
2023. 12. 요코하마 - 2. 2일차 (0) | 2024.02.12 |
2023. 12. 요코하마: 1. 계획, 1일차-2일차 (0) | 2024.02.12 |